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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에서 장례식을 하다

by 행복한연시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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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금요일 내 사랑하는 보리가 소풍을 떠났다.
오랜 기간 동안 투병을 해서 내 일과의 대부분은 보리를 돌보는 것이었다. 보리가 떠나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같은 주말에는 보리를 본가에서 집으로 데려와 수액을 맞추고 밥 떠먹여 주고 산책시켜줬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주말이 가있었는데- 비어버린 시간만큼 마음이 공허하다.
무기력감을 떨쳐보려고 보리 장례식을 어떻게 치뤘는지 적어봤다.


보리가 떠났단 소식을 듣고 네이버 카페 '아반강고(아픈 반려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힐링카페)'에 들어가 반려동물이 떠났을 경우 해야 하는 일을 알아봤다.
싼쵸아빠님이 쓰신 글이 큰 도움이 됐다.
https://cafe.naver.com/healingdogcat/205377

안녕하세요 싼쵸아빠 입니다. (요청하셨던 내용 준비 했습니다.)

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


본가에 도착해 죽은 보리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울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혀가 나왔는지 확인하고 살짝 떠진 눈을 감겼다.(사후경직이 시작되면 입이 다물어지는데 이때 혀가 나와있으면 혀를 물어 피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혀가 나와있다면 안으로 넣고 탈지면 등을 넣어 혀를 보호해 준다.)
여름이라 냉동실에서 아이스팩 3개를 꺼내와 쿠션 위에 놓고, 그 위에 가디건, 배변패드를 차례로 펼친 뒤 보리를 눕혔다.(아이를 냉동실에 넣는 경우도 있다는데 아이를 얼리면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으니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다음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검색했다.(보리가 소풍가기 전 장례식장을 미리 알아뒀으면 보리랑 안녕하는 시간을 조금 더 보냈을 텐데 마음이 좋지 않아 그러질 못했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이라는 곳 후기를 읽고 괜찮은 곳인 것 같아 싼쵸아빠님의 글에 나와있듯 정식 등록업체인지 확인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https://www.animal.go.kr/front/index.do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동물보호 상담센터 1577-0954 상담시간 : 평일 09:00 ~ 18:00

www.animal.go.kr


https://www.21gram.co.kr/

21그램 -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 반려동물 장례식장 경기광주점 공식 홈페이지입니다. 반려동물 장례 절차, 장례 비용, 장례 용품 등 모든 장례정보를 미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1gram.co.kr

 

출처 : 21그램 반려동물 장례식장


정식 등록업체임을 확인 한 뒤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예약을 하면 장례식장 주소와 추모에 쓰일 소량의 사료, 간식, 입던 옷가지나 장난감을 챙겨 오고 아이 사진 5장을 미리 보내달라고 문자가 온다.
보리와 하룻밤을 보내고 토요일에 장례식을 진행하고 싶었으나 운구서비스는 평일만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당일 예약을 했다.

운구서비스

- 평일만 가능
- 평일도 장례식장 도착기준 18시까지만 가능
- 출발지역에 따라 운구서비스 비용에 차이(무료~80,000원)가 있음
- 편도 기준(왕복X)
- 보호자 동행/비동행 선택가능


운구차량이 도착했다는 전화가오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가면 된다. 생전 사용하던 담요로 보리를 감싸고 나갔다. 보리를 임시관에 넣어도 되고 안고 타고 된다고 하길래 안고 탔다. 아직 죽은게 믿기지 않았고 이제 보리를 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따로 탈 수 없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잠깐 대기한 뒤 보리를 염습처리를 하는 곳으로 데려갔다. 염습은 사람처럼 목욕을 시키지는 않고 지저분한 부분만 닦은 뒤 빗질을 해준다고 하셨다. 여기서 챙겨간 옷과 간식을 드리면 된다.

염습하는 동안 다른 방으로 가 장례식을 어떻게 치룰지 담당 장례지도사와 상담을 했다.
나는 '21그램 루세떼 장례서비스'로 했다. 세금 포함 1,050,000원인데 보리는 중형견이라 관과 수의 사이즈를 키우느라 금액이 추가됐다. (소형견, 고양이보다 크면 금액이 다 추가될 것 같다.)
종교도 여쭤보시는데 종교장으로 해주는 건 아니고 간단한 종교 물품을 준비해주는 정도다.

추모예식 하는 곳으로 가니 보리가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누워있었다. 관 왼편에는 십자가와 향, 편지를 쓸 수 있는 매직, 옷이 놓여있고, 오른편에는 준비해 간 간식을 덜어서 관속에 넣을 수 있게 일회용 수저와 그릇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장례식장으로 미리 보낸 보리 사진이 비치고 있었다.
수의는 할까말까 고민하다 했는데 엄마가 예쁘게 차려입은 보리 모습을 좋아하셨고 수의를 입히지 않았다면 보리가 추워 보였을 것 같아 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추모시간에 제한이 없어 한참 보리를 만져주고 사진도 찍었다.

더보기
꼭 자는 것 같은 보리

 


추모예식을 마치면 장례지도사를 따라 화장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단독 참관실 창 너머로 마지막으로 보리를 보여주고 화장을 시작했다.
보리가 소풍을 간게 확실했지만... 뜨거운 불에 화장한다는 게 마음 아팠고 다시는 보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져 눈물이 났다.

화장이 다되면 유골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나는 차마 못보겠어서 엄마만 확인했다.

루세떼 제작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 다음날 진행하기로 했다. 완성되면 집으로 보내주기로 하셨는데 루세떼는 단순히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택배나 퀵이 아닌 직접 오셔서 주신다고 하셨다.
대기실에서 루세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보리 장례 확인서를 주시며 반려동물 등록된 반려동물은 죽은 지 30일 안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안내도 해주셨다.

늦은 시간까지 장례식을 하느라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했다. 많은 일이 있어 택시 예약 조차 힘들었는데 먼저 말씀해주시고 콜택시를 불러주셨다.
결제를 하고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도 장례지도사께서 마중을 나와 인사를 해주셨다.

장례를 치루는데는 대략 3-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급하게 알아본 곳이지만 다행히 보리 장례식을 잘 치를 수 있었다.
전화 상담 부터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말투로 대해주셨고, 장례지도사 분들의 태도에서 가족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정상 아빠는 집에 남았는데 운구차가 출발하자 아빠가 울며 보리를 찾았다. 그러자 장례지도사께서 차를 멈추고 창문을 내려 보리를 만질 수 있게 해 주셨다. 재촉하는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보리와 동물병원에 갔다 소풍을 간 강아지를 보게 됐는데 반려인이 울며 강아지를 어루만진 지 5분도 안되 장례식장 업체직원이 빨리 가자고 보채셨다. 그 직원은 예약시간보다 빨리 와 놓고 빨리 가자고 보챈 거라 반려인이 화내셨다.)
염습실에 갔을 때도 장례지도사께서 보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대해주셨고 머리부분이 담요 밖으로 나가 있었는데 담요를 펼쳐 머리도 차가운 테이블 위가 아니라 담요에 닿게 해 줘서 고마웠다.
보리를 보내는 길이 엉망이였다면 평생 마음 쓰였을텐데 장례식의 모든 절차를 천천히 격식 있게 진행해 마지막 보내는 길을 잘 배웅한 기분이다.
도움되는 글을 더 쓰고 싶었는데 아직은 멍해지는 시간이 많다. 이 글을 쓰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더 추가하거나 수정할 사항이 생기면 조금씩 고쳐나가겠다.


먼저 반려동물을 소풍 보낸 입장에서 아쉬운 점과 잘했다고 생각되는 점도 적어보겠다.

- 루세떼로 남기긴 했지만 부드러운 보리의 촉감을 다시는 못 느낀다는 게 아쉽다. 평소 빗질할 때 털을 모아두지 않은 게 가장 후회된다.

- 보리를 눈으로 담는게 좋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안 찍었는데 최근 들어 동영상을 자주 찍었다. 그 영상들이 지금 나에게 힘을 주고 있어서 찍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든다.

- 보리 상태가 정말 안 좋을 때를 빼곤 매일 산책을 했다. 보리 상태가 조금 안 좋으면 개모차를 태워 나갔고, 상태가 좋으면 실컷 걸을 수 있게 해 줬다.

- 사료를 안 먹는 보리를 위해 여러 음식을 준비해 떠먹여 준 것. 식비가 많이 들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안 먹을 땐 화도 났지만 조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 보리와 하룻밤을 보내지 않고 빨리 장례를 치른 게 정말 마음이 아프다. 보통 하루 이틀은 시간을 보내고 장례를 치른다고 하니 여건이 된다면 다른 분들은 그렇게 했으면 한다.



총비용 : 1,430,000원
루세떼 21그램 장례 : 150,000원
고급수의L : 150,000원
고급관L : 250,000원
루세떼 600,000원+판추가 200,000원 = 800,000원
운구서비스 80,000원

루세떼가 된 보리
보리야 너로 인해 행복했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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